핀란드 헬싱키에 차려진 카모메 식당에 관한 이야기다.



벼르고 벼르던 <카모메 식당>을 드디어 보았다.
너무 늦게 본 감이 있어 지인들과 애정 어린 감상평을 나누기는 어려웠지만 
글쎄, 나는 102분 동안 보이는 이국적인 북유럽의 정취를 느끼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했다. 
작위적인 연출이 종종 튀기는 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그게 다 감독의 의도이지 싶다.
기교를 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나 할까. 가끔 그 정적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.




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모이게 된 세 사람.


식당의 주인이자 주인공인 사치에 역할을 맡은 '코바야시 사토미'라는 배우는
첫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'어!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!'하고 난리를 피게 만들었는데
딱히 출연작을 본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어딘가 많은 이미지와 목소리가 겹치는 얼굴인 것 같다.
특이한 점은 그런 부분이 영화 <카모메 식당>에 큰 현실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. 
후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 그녀의 쪽진 머리나 나풀한 블라우스를 연상하며
라면 하나도 정성스레 끓이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.  

고기감자조림과 돈가스, 주먹밥, 연어구이, 코피 루왁, 계란말이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음식도 볼거리였다.
특히 갓 구워나온 시나몬 롤을 커피와 함께 먹는 장면은 탐미의 극치였다고 생각한다.
당장 빵집으로 달려가고 싶은 마음을 자제하느라 꽤 인내력을 발휘해야 했다.
사실 시나몬 롤 같이 계피향이 강한 빵은 공으로 얻어도 잘 안 먹는 편인데 포장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.
감독의 연출력에 다시 한 번 매료된 순간이었다.


시나몬 롤이 먹고 싶을 뿐이고...






주먹밥은 꼭꼭.



참 <카모메 식당>스러운 영화를 예쁘게 만들어 냈다.
포스팅을 하면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에 대해 좀 더 자료를 찾아봤는데 이런 반전이.
여성 감독님이셨다. 당연히 감독은 남자이겠거니 단정짓고 있었는데 이건 좀 충격이다.
그래서 이렇게 아기자기했구나. 요리의 과정과 그에 담긴 풍미를 담아낼 수 있었구나. 이제서야 수긍이 간다.




오기가미 나오코 감독, 무비위크 제공


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로는 <카모메 식당>의 연장선이라고도 부르는 <안경, 2007>과
바가지 머리의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마을 이야기 <요시노 이발관, 2004>이 있다.
관람할 영화가 늘어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. 나머지 두 편도 빨리 보고 싶다.


Posted by Itsub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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